Book
This post hasn't been translated to English yet, so the original Korean is shown.
사실 이 책은 2013년부터 추천 도서로 알게 된 후로 계속 눈에 밟히다가 10년이나 지나서야 읽게 된 부끄럽지만, 저에게는 유서 깊은 책입니다. 반대로 10년간 읽지 않다가 갑자기 읽게 된 이유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상화폐나 주식 쪽 투자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 요인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시장’을 보면 볼수록 단순히 숫자와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문화적, 심리적 요소들이 더욱 핵심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점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하여 이 책을 이젠 정말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제목은 한국어로는 생소한 단어들이라 오히려 다가가기 힘들게 만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부제인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꽤 단순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존에 경제학이라고 하면 딱딱한 숫자, 수식, 법칙을 이야기하던 것들이, 여기서는 경제학이 아닌 심리학 책을 읽고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기존 경제학 책들과 많은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는 케인즈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맨큐의 경제학> 책에서 잠시 봤던 것만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케인스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야성적 충동’을 우리가 제대로 주목해야 하며 1930년 대공황 이후로 우리가 배운 것들을 잊어버린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발단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는 아래와 같은 케인스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 나오는 문구와 함께 시작합니다.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불안정성이 판단과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건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수량적인 이익에 수량적인 확률을 곱하는 식의 계산적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는 ‘야성적 충동’ 이론을 이루는 다섯 가지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에 관해 설명합니다. 2부는 8가지의 흔히 궁금해할 만한 경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야성적 충동이 얼마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이 책의 감수자는 일반인이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나가기에는 너무 지루할 수 있으니,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 질문을 던지는 2부를 먼저 읽어보기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저는 1부에서 설명하는 개념이 2부에서 계속 반복되어 사례와 함께 설명되기 때문에 누군가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지루함을 조금 견딜 각오와 함께 순서대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에서는 1부의 핵심과 2부의 핵심만 정리해 보려 합니다. 1부에서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야성적 충동 다섯 가지 측면을 아래와 같이 분류합니다.
2부는 이 다섯 가지 야성적 충동이 어떻게 경제에 대한 주요 의문들을 설명해 줄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2부에서 답하는 8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저자들의 촘촘한 답변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면서 음미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2부를 읽으며 이해한 저자들의 메세지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기에 필요한 조치는 우리가 대공황 이후로 배워서 수행했던 더 적극적인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래 연방은행의 설립 목적이 인간이 심리적으로 동요하여 뱅크런이 일어나서 금융 위기가 왔던 여러 경험을 통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던 대로, 도미노의 첫 핀이 다른 핀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초반에 걸림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많은 거시경제학자와 금융업 종사자들이 지나치게 ‘합리적 기대’와 ‘효율적 시장’의 방향에 경도되어서 경제위기의 기저에 작용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동성을 놓치고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는 야성적 충동에 관한 원칙이 없다. 변화와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역동성을 배제한다. 그리고 신뢰와 자신감의 상실, 경제를 안정시키는 임금과 가격의 유연성을 억제하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 활황기에 이뤄지는 나쁜 금융상품의 판매 및 부패가 미치는 영향, 거품이 터졌을 때 부패의 노출이 미치는 영향, 경제를 해석하는 이야기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저자들의 주장과 근거가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수식과 그래프로 표현하는 게 익숙한 경제 도서들과 다른 방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설득의 심리학>을 읽을 때처럼 사회 실험 예시가 많아서 심리학 책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의문을 계속 가지면서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결론’ 부분에 이르렀고 여기서 저자들도 이 책은 여러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으며, 이 책의 목적은 경제의 작동 방식과 그 안에서 취해지는 정부의 역할이 경제적 동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사고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것이었다고 인정합니다. 이들의 인정을 보고 나니 책을 읽으며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오히려 의도한 것이었구나 이해가 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는, 저자들이 왜 하필 많은 비이성적 감정 중에서 다섯 가지 야성적 충동을 뽑았을까 하는 의문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찰리 멍거가 ‘가장 경계해야 할 심리는 탐욕도 아니고 질투이다’라고 한 것처럼 질투 또한 인간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심리이고 따라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왜 이 다섯 가지 심리가 특히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접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의미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인간의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도 투자 시장을 해석하는 데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 점입니다. 앞으로 행동경제학에 더 관심을 두고 이해해 보려 노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찰리 멍거의 언급 중에서 _"심리학의 핵심 내용을 나는 ‘오판의 심리학’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하므로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_라고 심리학을 강조한 지점을 이제 조금 더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투자, 시장, 미래에 대한 것들은 막연하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저 또한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효율성’, ‘합리성’에만 기대어서 현상들을 설명하려 했던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효율, 이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에 대해서 이제는 답답해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더 다양하게 생각해볼 관점을 배웠다는 점에서 이번 독서의 의미를 찾습니다.
No ads, sent rarely, and you can unsubscribe anytime.